《Everest》(에베레스트) (2004)


어쩌다 2004년 게임을 하게 됐다. 게임으로 안 나오는 게 없다지만 등반 게임이라니...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게임을 시작하면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액티비전이 나온다. 근데 크레디트를 보면 액티비전이 개발에 참여한 것 같지는 않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감수를 받아 조노라는 곳에 만든 것 같은데, 그래픽은 아기자기하다. 근데 감수랄 것도 없다. 그냥 산에 대한 설명 일부가 나올 뿐이다. 산 정보는 인터넷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홈페이지에서 이걸 토대로 보드 게임을 팔았던 거 같은데 지금은 없는 듯하다.


공략이나 게임 설명을 쓰고 싶지는 않았는데 국내에서 이 게임을 별로 다룬 곳이 없어서, 혹시 시도해 볼 사람들을 위해 간략하게 정보를 남긴다.



게임 진행은 계획과 준비, 실행과 같이 3단계로 단순하다.(단계별 이름은 임의로 붙인 것이다.)


계획 단계에서는 등반할 산을 고른다. 산을 정복한 다음에도 얼마든지 다시 오를 수 있다. 그럴 필요가 없긴 하지만, 산악인 스킬 노가다를 하고 싶다면 호주에 있는 산을 계속 오르면 된다.


그 다음 준비 단계에서는 얼마 있지도 않은 산악인 중 4명을 골라서 조를 편성해야 한다. 더 많이 데려갈 수도 없고 더 적게 데려갈 수도 없다. 인원을 선발했다면 이제 고열량 전투식량, 산소, 줄, 아이템 등을 살 수 있다. 식량으로는 스태미너를 회복할 수 있고, 산소는 부족했을 때 생기는 각종 패널티를 방지한다. 근데 초반에 산소는 별로 필요가 없다. 빨리 깰 것이 아니라면 식량도 초반에는 불필요. 빠른 페이스로 에너지바 씹어먹으며 에베레스트를 뒷산 올라가듯 미친듯이 등반하고 싶으면 많이 살 것. 응급상자는 하나 사면 4명까지 회복 가능하므로 한 명만 줘도 괜찮다. 응급상자 하나만 있으면 다리 골절부터 머리 상해까지 모두 완벽 보장하는데 이쯤 되면 내용물이 궁금하다. 그런데 사실 캠프에서 쉬면 되므로 다 필요없다.[각주:1] 어차피 아이스 픽 하나 주면 잘 올라간다. 줄이 참 좋은데, 먼저 올라간 사람이 줄을 내려주면 +15의 등반 어드밴티지를 주기 때문. 주의할 점은 줄의 단위가 절벽 하나당 1이 아니라 절벽 길이에 따라 계산된다는 것. 절벽에 마우스 포인터를 갖다대면 길이를 알 수 있는데 혹시 줄이 모자라다면 그것을 잘 보고 위험한 곳 위주로 분배해야 한다. 어차피 초반에는 200 정도 가져가도 남는다.


아이템 탭 옆에는 트레이닝 메뉴가 있다. 혹독한 트레이닝을 통해 산악인들의 등반 스킬을 올릴 수 있는 곳이다. 산악인은 경험이라든지 기타 다른 것에도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빙벽, 암벽, 절벽의 세 가지 등반 스킬이다. 이 스킬이 높다면 해당 지형을 등반할 때 어드밴티지를 얻는다. 고용비가 3000인 애들은 스킬이 낮아서 자주 미끄러지므로 스킬을 찍어두면 좋다. 지형 셋 중에 하나만 집중적으로 트레이닝을 하므로 무엇을 올릴 지 잘 선택하자. 트레이닝으로 올린 능력치는 즉각 반영되고 등반 이후에도 저장되어 남으므로 일종의 RPG적 요소가 된다. 비용 3000의 애들을 잘 키우면 7000 애들 안 부럽다. 이 게임을 계속해서 끝까지 하고 싶다면야 장비보다 트레이닝에 적극 투자하는 것이 좋다. 최효율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우선 자니 델가도(Johnny Delgado)만 빼고 저렴한 애들을 고용한 뒤 남은 돈으로 트레이닝 한계치까지 스킬을 찍어준 다음에 남는 돈으로 줄을 사는 것.


현지인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잘 올라가는 미국인 자니 델가도.


이제 남은 것은 등반이다. 게임을 소개할 때는 얼티밋 전략 게임이라고 하더니 막상 게임을 할 때는 전략이라고 할 것도 별로 없다. 시간에 신경쓴다면 등반 계획을 꼼꼼히 세우는 것이 좋겠지만, 어차피 시간은 남아 도니 느긋하게 등반 코스를 정해 델가도를 선봉에 세운 다음 동아줄을 내려주는 방식으로 올라가면 된다.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으로 잘 되어 있지만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상단은 현재 음식과 산소의 양을 보여주고 시간까지 보여준다. 오른편은 현재 등반하는 산의 미니맵인데 캠프가 표시되어 있다.

미니맵 왼쪽의 비어있는 바는 스태미너 부족으로 탈진을 하거나 등반 도중 떨어져 다리를 다치거나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거나 하는 등 대원에게 이상이 생겼을 경우를 알려주는 상태바다.

하단 가운데 있는 기기로는 등반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고, 현재 줄이 몇 미터나 남았는지 어떤 장비를 착용 중인지 알려준다.

Food, O2, Rope 버튼은 각각 음식을 먹고, 산소통을 착용하고, 줄을 내려주는 액션 버튼이다. 참고로 줄은 등반 중에는 내려줄 수 없으며 완전히 올라간 다음 내려갈 수 있는 지형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단 왼쪽의 검은 상자는 등반 지형에 마우스 커서를 가져다 대면 활성화되는 상자인데, 해당 지형이 빙벽인지, 암벽인지 아니면 그냥 절벽인지 알려주는데, 대원을 선택 중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나오는 내용이 다르다. 대원을 선택 중이라면 해당 대원의 상황을 고려하여 해당 지형을 공략하는 것이 쉬운지 어려운지 계산해준다. 위의 스크린샷에서는 자니 델가도 대원이 절벽을 올라가는데 어드밴티지가 +34나 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결과값이 EASY가 아니라 HARD나 그 이상이라도 못 올라간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우 어렵다. 계속 미끄러지고 심지어는 떨어지는 돌도 없는데 중간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다 다리나 머리라도 다치면 더욱 암울 이때는 스킬이 우수한 대원이 먼저 올라가 줄을 내려주거나, 아니면 우수한 대원이 못 올라가는 대원 뒤에서 같이 따라 올라가주면 도움 어드밴티지가 활성화 되어 더욱 쉽게 올라갈 수 있다. 근데 4명 다 못 올라가면? 그렇다면 쉬운 산 코스에서 노가다를 하자. 아니면 그냥 게임을 그만 두는 방법도 있다.



게임 스팟은 2004년의 리뷰 때 이 게임에게 3.4/10 점을 줬다. 산에 올라가도 어떠한 성취감이 안 든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서(...)뿐만 아니라 스테이지와 상관없이 게임이 단조롭고 게임이 쉬웠다는 것이 문제. 게다가 내셔널 지오그래픽 로고는 왜 있는지 의문이라고 한다. 나도 비슷한 의견이긴 하지만 등반 자체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신경 써줄 부분도 있고 타임어택을 노린다면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단축키가 없어서 마우스로 눌러주는 것도 플레이 타임을 잡아 먹는다 나는 그래픽이 마음에 든다. 모바일 용으로 나오면 대박일텐데. 어차피 단축키도 없으니 터치로 작은 애들 등반하게 하면 되게 신날듯.

  1. 근데 캠프에서 도달해도 골절 치료가 안되는 것 같은데 나만 그런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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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_클로버
무색의 녹색 생각들이 맹렬하게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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