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서류, 제출하십시오

본격 입국심사하는 오늘의 게임.
원제는 Papers, Please.

이 게임은 디스토피아적 서류 스릴러...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개척한 인디게임이다.

주인공이 노동복권에 당첨!되어
국경지대에 있는 검문 심사관으로 일하는 것에서
게임은 시작한다.

확성기 소리와 칼바람 소리가 BGM을 대신한
황량한 검문소는 공산주의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담백하게 재연해냈다.

주로 하는 일은 여권의 위조 감식인데 날짜가 지날 수록 교묘해져서
꼼꼼하지 못한 사람들은―마치 나처럼― 경고를 받다가
결국 벌금을 내게 된다.

서류만 심사하면 게임 시스템은 단순할 텐데
다행히도 이벤트가 많아서 지루할 틈은 없다.

선택의 기로에 서는 일이 많다는 게 이 게임의 특징.
답답하기 짝이 없는 정부를 타도하는
테러리스트를 돕거나 국가에 충성할 수 있고,
사람 좋아보이는 밀수꾼 할아버지를 도와 뇌물을 받거나
감옥에 넣을 수도 있으며
한 쪽이 서류 불충분인 부부를 도울 것인지 말 것인지
정할 수도 있다.

여기서 인상적인 부분은, 단순히 선택을 하는데
선과 악의 고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에는 자식과 아내, 삼촌과 장모가 있다.
주인공이 번 돈으로 가족 전체의 난방비, 식비, 거주비 등을
모두 부담하기 때문에 경고를 받아 벌금을 내거나
때때로 뇌물을 받지 않으면
가족이 굶주리거나 병에 걸려 요단강을 건넌다.

결국 플레이어는 양심과 원칙,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입국허가와 입국거부 도장을 찍게 된다.
내 가족이 굶는데 남을 도울 수 있을까?

한 달 정도를 진행하기 때문에 플레이 타임은 그리 길지 않지만
테러리스트와 무단 월경자에게 총도 쏴야하는 등
잔재미가 많아서 재미있었다. 후반으로 갈 수록
봐야할 서류도 많고 그 중에 범죄자도 골라내야 하느라
점점 신경쓸 게 많아지는 건 함정.

군대 갔다온 사람이라면,
인사 행정병의 일과를 다시 한 번 체험할 수 있다.

한국어 패치는 잘 된 편. 근데 해상도가 낮은 게임의 한국어 패치는
항상 6과 8이 잘 구분되지 않아서 보기가 불편하다.
그리고 입국허가증에 입국기일이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한글화 오류가 있다. 곧 패치한다는데 그 전까지는 계속 벌금을 물어야할 판..


최근 패치로 한글화 품질이 좋아졌다고 한다.





WRITTEN BY
_클로버
무색의 녹색 생각들이 맹렬하게 잠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