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오늘의 게임 <폴아웃 3>

베데스다에서 만든 게임들은 하나같이 자유도가 높고 스토리가 방대하다. 핵 전쟁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폴아웃 3도 마찬가지다. 자유롭다는 건 게임을 어떻게 진행시켜야할 지 감이 안 온다는 말과 같다. 세계의 고아가 된 채로 게임을 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인상적인 몇 가지 장면이 있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할 건데 귀찮으니 음슴체로 서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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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좀 진행하다가 남서쪽으로 갔는데

이상한 호텔 같은 건물이 있었음.

그건 텐페니 타워라는 건물이었음.

아이템이나 구할 겸 텐페니 타워에 갔는데

해골바가지 하나가 인터컴을 하고 있음. 알고 보니 구울.

공격당할까봐 쫄았는데 공격 안 하길래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봄.

근데 얘 성대 근육 없지 않나

좀비 아니랄까봐 지능이 덜 떨어져서 말하는 게 뭔가 웃김ㅋㅋㅋ

암튼 이야기를 꺼내는데

이 타워에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였음.

근데 타워에서는 당연히 구울 안 받으려 함

나라도 싫겠다ㅡㅡ 안 받아주니 삐쳐서 구울이 돌아감

난 인간이니까 되겠지? 일단 인터컴을 하는데

역시 의심부터 함. 다행히 난 지능 높은 캐릭터라

내가 누군지 아냐고 이 건물 주인이랑 만나기로 했다고

하니까 상대가 조금 갸우뚱 하긴 하지만 들여보내줌.

너도 군생활 제대로 안 했구나

들어 간 다음에 아이템부터 사고 수비대장? 을 만남.

구울들이 근처 지하철에 몰려오면서 노숙 중이며

계속 타워에 오고 싶다고 생떼를 써서 짱난다함

아 그럼 아까 그 구울도 그런 거구나

재밌어 보이지는 않은 퀘스트였지만

갑자기 퀘스트가 받아져서 심심한 김에 구울 만나러

지하철 감... 가는 길에 구울이 있어서 말 걸려고 했는데

역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격 시작... 몇 마리

때려잡고 있는데 뒤에서 이상한 소리 나서

돌아보니 다른 좀비가 물기 직전임

와 정말 완전 깜짝 놀라서 억 소리냄ㅋㅋㅋㅋㅋㅋㅋ

샷건 갈기면서 다행히 잘 마무리함

지하철을 넘어가니 드디어 아까 그 구울 대장 만남

자기도 타워 안에서 살고 싶은데 왜 안 받아 주는 거지 하고 슬퍼함

정신차려 괴물아 그 사람들은 괴물을 싫어해하고 돌직구 날리니까

얘가 열받아서 다른 구울들을 이용해서 타워를 점거하려함

근데 안에서 누가 열어줘야함.

여기서 선택의 기로에 섬. 구울을 도울지 아니면 얘네를 죽일지...

난 착하니까 구울이랑 사람들이랑 죽이지 않고 사람들을 설득해서

구울이랑 같이 사는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함.

일단 텐페니 타워로 돌아가서 텐페니 타워 주인인 텐페니를 만남.

역시 말빨 스킬로 밀어붙이는데 얘가 주민들 핑계를 대면서

주민 5명의 동의를 받아오라 함.. 

다른 사람은 말빨에 넘어가는데 두 명이 결사반대해서 진행이 안 됨

내가 죽일까 했는데 공략을 보니까 '연애편지' 퀘스트를 이용하라고..

그래서 연애편지 퀘스트를 하기로 함.

3층을 뒤지고 다니면 어떤 책상 위에 편지가 하나 있음

읽어보면 유부남이 다른 여자에게 수작을 거는 내용임

이 재미있는 걸 나 혼자 볼 수 없지 하고 편지 쓴 남자의 부인에게

재밌는 편지 볼 생각 없냐고 말함

읽은 마누라는 너무 재미있어한 나머지

총으로 남편과 그의 썸녀를 쏴버림

그리고 타워를 나가버림. 역시 양키 누나들은 화끈하죠

죽은 애들은 자동으로 동의하는 거니까

동의를 얻었으니 텐페니도 알았다고 함. 바로 구울 대장한테 가서

보고하니 정말 고맙다면서 이상한 가면을 하나 줌.

구울마스크라는 아이템인데 그거 쓰고 있으면

다른 구울들이 날 안때리는 아이템임.

근데 어차피 다른 좋은 아이템 많아서 한 번 껴보고 말았음.

헿헤 알콩달콩 구울이랑 잘 살고있겠지는 역시 함정

텐페니 방에 가면 거기에 구울 대장이 있음

????

텐페니 어디감 하고 물어보니까

그 놈이 약간의 오해가 있어서 떠났다고 함

????

근데 사람들은 잘 지냄

그래서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생각나서 다시 텐페니 타워에 감

근데 인간들이 이젠 아예 안 보임

???????

구울 대장한테 찾아가서 따졌더니

그냥 그 사람들이 여길 떠났다고 함

?????

수상한 냄새가 나서 타워를 이리저리 뒤지다가

지하철 가는 쪽으로 내려가니까 인간 시체가 쌓여있음

!!!!!!!!!

이 짐승만도 못한!!! 감히 이런 짓을!!!

섬세한 마음에 상처가 남. 설마설마해서

대장한테 다시 따지니까 마땅한 일을 했다고 함.....

구울이 타워를 완전히 점거하기 위해 인간을 다 죽인거임...

멘붕해서 공략을 뒤져보니까 이 방법도 해피엔딩이 아니라함

해피엔딩이 되려면 이주는 도와주지만

구울 대장도 죽여야한다고.....

나도 열받아서 구울이랑 무쌍하고 홀로 텐페니 타워를 걸어나옴..

구울마스크 버리고 구울 만나는 족족 학살하고 다니게 됨^^


WRITTEN BY
_클로버
무색의 녹색 생각들이 맹렬하게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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