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아서 문학동네 이벤트에 당첨됐다.


전에 심야책방 이벤트 이후로 반응이 좋아서

심야소책방이라는 작은 이벤트를 한 번 더 열기로 한 것.



도종환 시인의 대표적인 시집. 문학동네 측에서 준비를 많이 했는지, 여러 권 쌓인 책과 양초 등 인테리어 연출을 적재적소에 해 놓았다.



《현대카드 인사이드》라는 문학동네의 신간서적을 티켓으로 제시하면

책의 저자이자 아레나 옴므 플러스의 대부인 박지호 편집장과의 대담에 참여할 수 있으며

문학동네에서 제공하는 책을 새벽 5시까지 읽을 수 있다.



물론 내가 간 이유는 케이터링과 무제한 칵테일 및

나희경의 보사노바 공연 때문이었다. 특히 무제한 칵테일


진짜 미용실을 대관했다. 거울 반대편은 긴 테이블도 놓아져 있고 넓었다.



칵테일바와 빈백이 놓여진 독서공간. 난 일찍 와서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앱솔루트 보드카를 베이스로 크랜베리와 자몽의 두 가지 맛 칵테일이 무제한 제공!



까망베르인지 브리인지 암튼 치즈를 갖다 놔서 교양없이 소리지를 뻔.



읽고 싶은 책이 정말 많지만 허기부터 채우고.


조금 먹다가 바로 윗층에서 진행되는 스페셜 리셉션에 참여했다.


박지호 편집장만 온 줄 알았는데 현대카드의 정태영 부회장이 참석해서 분위기가 고조됐다. 그러고 보니 청년층이 좋아하는 인물로도 꼽힌 적이 있었지. 대담은 정태영 부회장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그의 발언을 잠깐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대만 타이베이 24시간 서점을 간 적이 있었죠. 자정이 되기 전까지는 중장년층의 비중이 높았다가 이후엔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 바뀌어서 놀랐어요. 책을 읽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참 낭만적이었는데, 한국에서도 비슷한 모델이 유효할 거라 생각합니다."


"현대카드도 디지털을 제외하고 미래를 상정할 수는 없죠. 그렇지만 저는 임직원에게 압박보다는 자유를 부여했습니다. 내버려두면 알아서 너네들이 연구할 거잖아, 하고 말았죠."(웃음)


"모마(MOMA, 뉴욕현대미술관)와 테이트(Tate Modern, 런던현대미술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지 몰랐어요. 뉴욕 현대미술관의 도움을 받는다는 건 정치계를 제외하고 모든 권력, 그러니까 금융계와 IT계를 포함한 폭넓은 인사들과 만날 수가 있다는 뜻이거든요. 게다가 최첨단의 트렌드를 얻을 수 있어요. 제가 어디서 그런 정보들을 얻겠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영감을 얻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도움이 전혀 안 될 것 같지만 뇌수술하는 것을 보기도 했는데, 뇌수술은 위험부담이 상당히 큰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 여부를 판단하는 리스크 관리가 핵심입니다. 물론 그건 금융계에도 적용할 수 있죠. 최근에는 역사에 관심이 생겼는데, 메디치가라든지 신성로마제국 쪽 등을 중심으로 읽고 있습니다."


"왜 매스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냐고 하시는데요, 현대는 셀럽 CEO는 위기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웃음) "지금 여기 나온 것처럼, 그렇다고 너무 골방에 있을 필요는 없죠. 더 이상 광고가 유효한 시대가 아니지만 회사를 숨어서 운영할 수는 없으니까요."


"《현대카드 인사이드》를 보면 내부는 생각보다 자유분방한 곳은 아니게 읽혀지긴 합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는 재밌는 곳임에 틀림이 없어요. 우정국 같은 부서가 있는데, 요새는 편지와 소포를 레이저로 쏴서 몇 통이 왔는지 직원에게 푸시로 알려 줘요."(웃음)


"글쎄요, 기업이 노려야 하는 가치의 최상은 세상을 바꾸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닐까요? 회사의 지속가능성은 그리 높은 가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돈은 다른 회사 누구라도 벌었겠죠. 물론 최소한의 자본이 있어야 그런 일들이 가능하겠지만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등이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별 거 아니예요. 해외의 사례를 보면 겸손해지게 된다니까요. 아시아에서는 잘 되고 있지만 가야할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대리부터 부사장까지 한 자리에 모여서 회의를 하고, 결정된 안건에는 모두 다 동의했기 때문에 후에 잘 안 되더라도 누구 한 명이 추궁을 당하지는 않아요. 수직체계로 다 같이 결정해 놓고 누구 한 명이 책임을 지는 종래의 의사결정 체계가 참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DDP 디자인은 자하드디드의 인생 최대 건축물이에요. 아무래도 모험이었겠죠. 그녀는 건물의 용도를 거의 안 따지는 편이에요. 게다가 사이트를 잘 안 보는 편이죠. 어떻게 잘 아냐구요? 내가 그녀와 점심을 먹을 권리를 7백만원에 샀거든요. 만약 한국에 와서 공사현장을 확인했다면 제가 제일 먼저 알았을 거예요. 그런데 돌려 받았어요. 그녀는 사이트에 거의 안 온 건축 디자이너예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박지호 편집장에게도 뒤늦게 질문이 이어졌지만 시간상 오래 받지는 못했다.


"제 소설이 공식적으로 나온 적은 없습니다. 자전적인 소설이 시나리오가 되기 힘든 건 등장인물이 다양한 개성을 가지지 못하고 개인 페르소나의 변형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극복한 작가분들은 참 대단해요."



이후 두 명이 퇴장하고 나희경 음악가의 보사노바가 이어졌다. 첼로 연주가 참 좋았는데, 나희경의 목소리와 참 잘 어울렸다.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뒷좌석에 앉아서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화질 끝내주는 시신경을 통해 잘 기억했으니 됐지 뭘.


새벽 5시까지 심야책방에 있을 수는 없어서 11시쯤 퇴장했다. 이벤트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청담 명품로를 걸어봤는데 별세계였다. 직원이 손님의 차를 에스코트하고 인사를 90도로 하는 일이,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정말 존재하다니. 역시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WRITTEN BY
_클로버
무색의 녹색 생각들이 맹렬하게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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