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경복궁역 부근에 있는 성곡미술관으로 달려 갔다. 현재는 비비안 마이어와 게리 위노그랜트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성곡미술관이라고 쓰여 있다.


비비안 마이어는 7월 2일부터 9월 20일까지 전시 중




성곡미술관 방문은 처음이었다.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은 전시 1관, 게리 위노그랜드의 작품은 전시 2관이었는데 각각 다른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다. 1관에서는 입장관을 팔고, 2관에서는 입장권 앞 부분을 찢어 확인하는 방식으로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혼란은 없었다. 두 건물이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서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두 전시관을 이동하며 작품을 관람했다.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래 이미지들은 구글에서 가져왔다. 시간대별로 도슨트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나는 오후 4시 도슨트에 참여 했다.


우선 게리 위노그랜드의 작품. '여자는 아름답다'라는 주제를 가진 것답게 이번 사진들은 매력적인 여성들이 프레임을 채우고 있다. 도슨트 내용대로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모습이 가득하다.


왠지 모르게 성적 코드가 가득한 사진. 음란마귀가 씌여서 그래


쉬는 도중에 잠깐 스트레칭을 하는지 푸앵트를 하고 있다. 덕분에 각선미가 도드라지게 보여 아름다움이 마구 발산 중.


도슨트에서는, 여자가 찰나를 상징하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가식 없이 웃고 있는데다 촬영자인 위노그랜드가 반대에 가까운 검정 남성 정장의 위치에서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가깝다는 말을 했다. 세세하게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많지만 그냥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확실히, 웃는 사람은 누구나 예쁘다.



게리 위노그랜드는 이미지 배열이나 구도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그것을 어기려는 쪽에 가까웠는데, 전시된 사진을 보면 정말 세계가 여자를 위해 맞춰진 것처럼 프레이밍을 했다. 특히 여자가 공중전화 박스에 비스듬이 기대어 있을 때 카메라를 비스듬이 기울여 촬영한 사진에서 조그만 탄성을 내질렀다.



도슨트가 끝난 곳이 2관 즉 게리 위노그랜드 전시관이었기 때문에 나는 2관에서 1관으로 거꾸로 관람을 했다. 상기한 대로 1관에서는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녀는 15만 장이 넘는 사진을 공개하지도 않은 채 유모로 살다 사망했다.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본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안에는 존 말루프가 우연한 기회에 그녀의 작품을 수집하게 된 이야기부터, 플리커에서 유명해진 일, 그녀의 삶 등이 나왔다. 비비안 마이어를 연기한 배우가 나오는 것은 아니고 사진과 인터뷰가 대부분이라 지루할 수도 있지만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담담하고 세련된 영상에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 지인들의 기억 속에 있는 비비안 마이어는 상처가 깊고 외로워 보였다. 그에 따른 건지 감수성이 아주 예민하고 세밀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또한 광학 메커니즘을 이용한 사진이 정말 많아서 감탄한 동시에 보는 눈이 즐거웠다. 아래는 주로 그런 사진들을 구글에서 가져 왔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중 가장 유명한 자화상. 롤라이플렉스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며 사진을 찍는 다는 것 외에도 사진이 정방형으로 나온다는 특징이 있다.


거울을 이용한 연속 자화상이 흥미롭다. 뉴욕 태생이라고 하는데 키가 크고 콧대가 높은 걸 보니 주변 사람들이 프랑스 출신이라고 오해할 만하다.


거울을 이용한 자화상. 그녀의 작품에는 따로 제목이 없다. 공개되지 않고 사망했기 때문에 사진에는 대부분 제목이 없고 촬영한 장소나 시간 등으로 사진을 구분한다.



전시장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전시 구성을 잘 해놔서 즐겁게 관람했다. 사진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지만 그녀에 관한 BBC 다큐멘터리도 상영하고 있었고 로버트 프랭크 같은 동시대 작가의 책도 볼 수 있도록 마련해 놨으며 일부 사진은 크게 인화하여 마치 온 몸으로 감상하는 느낌이 들도록 전시했다. 그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한 것은 비비안 마이어가 사용한 카메라가 전시된 쇼케이스였다.



과천에 있는 한국카메라 박물관에서 빌려 전시한 모양이다. 참고로 그곳은 건물 모양도 카메라 단면처럼 생겼다. 쇼케이스에 익숙한 롤라이플렉스와 라이카 등이 보인다.


라이카 M4. 라이카 M3가 공전절후의 히트를 친 다음에 나온 카메라인데 원가절감이 조금 이루어져 라이카 마니아들은 상당히 아쉬워했다고... 비비안 마이어는 이 카메라로 컬러 사진을 촬영했다.


비비안 마이어가 라이카를 사용하기 전에 사용한 롤라이플렉스. 카메라 상판을 열어 위에서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방식이라 찍히는 사람에게 부담이 덜 가기 때문에 캔디드 카메라로 인기가 높았다.



전시회를 나와서 간단히 편의점 맥주나 한 캔 하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친구한테 연락이 와서 종로 생선구이 집을 가기로 했다. 경복궁역에서 종로 5가까지 걸어갔는데 날이 무척 더웠다. 그렇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는데 상반신을 선블록에 담갔다가 꺼냈기 때문.



수도 계량기가 들어 있다고 생각된다. 찍어 놓고 보니 회화 같다.


길거리에서 성경을 읽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허락을 득하고 촬영을 했다.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시니 처음에 예상했던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갑자기 사진에 에너지가 감돈다. 근데 렌즈를 안 조였더니 선예도가 아주 개판(...) 후보정으로는 드라곤 이펙터를 시도해 봤는데 하는 방법이 재밌다.


종로 신진 시장 부근에 생선 골목이 있다. 들어가서 먹진 않았지만 생선 1인분에 8,000원이었던 거 같다.


쓰레기 연작 시리즈. 가다보니 모텔 골목에도 들어왔는데 어째서인지 외국 맥주병이 정말 많다. 주변에 바가 있었나 보다.



돌아다니는 김에 아예 더 돌아다니기로 했다. 우리는 생선 골목을 벗어나 신당까지 행군을 계속했다. 그리고 들어간 곳은 신당동 마복림 떡볶이 집(...) 며느리도 이젠 알 거예요.



2인분에 11,000원. 선불이다. 소주와 맥주를 시킬 때도 각각 선불로 내야 하니 참고하시길.


예상할 수 있는 맛. 친구는 또보겠지 떡볶이집에 대한 향수만 늘어났다고 한탄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밥을 팔지 않아서 아쉬웠다.


사람이 정말 많이 찾아 온다. 주말이라 그런가? 라면과 당면이 떡볶이 국물에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WRITTEN BY
_클로버
무색의 녹색 생각들이 맹렬하게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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