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예술의 이해는 2013년 2학기에 들었던 강의였다.

사진 시리즈 이름은 '환유법'.

교양 이름은 '사진예술의이해'다. 과제를 받고 촬영한 때는 일주일이 넘었다.
교수님께서 과제는 분명히 프로필 사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잘 찍은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그건 아무리 봐도 예술사진이었다.
그런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길거리에서 발레를 하거나 어깨와 등을 노출하거나 골목을 돌아다니며 교통정리용 고깔을 찍어대야 한다.
옆면 사진이 프로필이라고 배웠는데... 역시 학교 교육은 써먹을 곳이 없다.
범점할 수 없는 예술의 홍수에 이집트 피라미드 일용직처럼 떠내려가다가 나도 그 '프로필'이란 것을 찍어 보기로 했다.

C동 4층에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간이로 스튜디오를 만든 다음 우스운 짓을 해댄 결과물이 이 사진들이다.

신발 같은 일부분이 누군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오브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던 것은, 계단 한 층 아래서 신발만 보고 내 이름을 불러준 사람 덕택이었다.

사람을 지우고 그림자를 복원하며 과제를 제출했는데 시간이 흘러 오늘 리뷰일이 됐다. 그런데 어제부터 오늘까지 술을 마셨고 지하철을 거꾸로 탔고... 결국 수업에 지각을 해버렸다. 도둑고양이처럼 뒤꿈치를 들고 강의실에 들어와 앉아있는데 교수님께서 좋다고 생각하시는 사진을 직접 보여주시는 것이었다.그런데 화면에 내 사진이 나왔다.

"소설가는 텍스트로만 이미지를 구현 해야해서 어쩌면 우리같은 미술 전공자보다 이미지 구현력이 뛰어날 수 있습니다. 사진까지 잘 찍으니 정말 못하는 게 없는 거 같아요. 이 사진 정말 재치있고 재미있지 않아요?"
민망해서 숨어버리고 싶었는데 기어코 제 이름을 부르사 난 홍당무가 되어버렸다.

끝나고 지각 정정을 위해 교수님께 갔는데 교수님께서는, 얼굴 좀 보려했는데 늦게 와서 걱정했다 하시면서 출석부에 있는 내 이름을 가리켰다. 사진 잘 찍어서 이름 옆에 별 표시를 해놓으셨다고...


남에게 인정받는 것은 정말 기분이 좋다. 기분 좋으니 카레나 먹어야지.



+ 원본 사진을 이제는 구할 수가 없다. 백업은 필수라는 것을 매사건마다 배운다.








'일상 >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실에서 시간이 남으면  (0) 2014.07.10
감기에 걸리면  (0) 2014.07.10
예술과 환경 과제  (0) 2014.07.10

WRITTEN BY
_클로버
무색의 녹색 생각들이 맹렬하게 잠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