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가 감독한 《볼링 포 콜럼바인》은 콜럼바인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을 주제로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다. 가끔 TV나 교양 강의 시간에 몇 번 스쳐봤는데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게 됐다.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어 감독은 영화 진행까지 무겁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보는 사람들도 적었겠지. 그러나 메시지는 분명하다.


말도 잘하는 마릴린 맨슨 형님 오오


조지 오웰이 《1984》로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묘사했다면 《멋진 신세계》의 올더스 헉슬리는 미래를 유토피아로 감춘 디스토피아로써 묘사했다. 결과적으로 둘은 같다. 《1984》의 시민들이 빅브라더의 통제로 인해 제한된 미디어만 듣게 되어 그것만이 진실이라고 믿게 되었다면 《멋진 신세계》의 시민들은 쏟아지는 쓰레기 정보 등으로 인해 진실을 찾지 못하고 쾌락주의자로 변해간다. 1984년은 이미 20년 전부터 유효한 걸지도 모른다.


잠깐 이야기가 샜지만, 마이클 무어가 힘주어 말하는 부분은 '공포 분위기'이다. 실제로 범죄율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는 전보다 몇 배나 많은 범죄 뉴스를 내보내며 시청률 높이기에 급급하다. 게다가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복지대신 전쟁 준비에 돈을 더 많이 써도 되는 면죄부를 얻었다.


마이클 무어는 아이들도 쉽게 총을 구하게 되는 현실에 초점을 맞추어 콜럼바인 고교 피해자들을 데리고 K마트 본사로 가서 항의를 했다. 또한 자신 역시 미 총기협회 평생회원임을 제시하며 미 총기협회 회장도 만나서 총기 사건의 해결책을 물어보기도 했다. 물론 뾰족한 해결책은 아무도 내놓지 않았다. 마이클 무어도 결정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 했지만 그는 총기 규제가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미국 내 공포 분위기가 이어지는 이상 떼돈을 벌고 있는 기득권층이 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볼링 포 콜럼바인》이 다큐멘터리 영화기는 하지만 딱딱하지만은 않다. 빈번하게 삽입된 매스미디어들의 황당한 말들은 분위기의 심각성과 맞물려 블랙유머로 승화된다. 마이클 무어는 차라리 만화가 더 진실되고 교육적으로 보이게 의도적으로 배열을 한 것 같다. 제목도 참 잘 지었다. 총기 난사 가해자 학생 두 명이 아침에 볼링을 즐겼으니 그 원인이 볼링이 아니냐며 마이클 무어는 비웃는다. 폭력성 게임이나 헐리우드 영화에만 화살을 돌리면서 본질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는 미디어를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중간에 캐나다 학생이 건슈팅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나오는데 묘하게 인상적이다. 참고로 캐나다는 개인당 총기 보유량이 엄청나면서도 총기 사고율이 미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나는 이 영화에서 총기규제보다 미디어의 세뇌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하긴 대한민국은 언론 자유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가 알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는 당연히 없다. 믿을 것은 역사 공부와 함께 모든 것에 대한 의심과 확인으로 단련되는, 자신의 날카로운 이성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명이나 하러 가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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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_클로버
무색의 녹색 생각들이 맹렬하게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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