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시험기간에는 공부 빼고 다 재미짐

형은 공부할 때 귀마개를 착용하고 집중한다. 나는 그렇지 않다. 귀마개를 쓰면 외부 소리가 안 들려서 좋기는 한데 심장소리가 들려서 신경이 오히려 곤두선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지 모르겠는데,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내장기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그렇다고 내가 신경질적인 사람은 아니고... 귀마개를 쓰는 것보다는 차라리 시끄러운 편이 낫다.

물론 내가 택하는 최고의 방법은 빗소리를 켜 놓고 공부하는 것이다. 레이니무드라는 사이트를 즐겨찾기도 해 놓고 동명의 어플까지 받아놔서 공부할 준비는 언제나 되어 있다. 준비는 언제나 되어 있다.

그렇지만 오늘은 가을방학과 에피톤 프로젝트다.

음악 듣기에는 그루브샤크가 좋긴 한데 재생목록 설정하기가 귀찮아서 주로 유튜브를 사용한다. 사람들이 잘 정리해놔서 '인디음악'과 같은 키워드로 검색하면 금세 들을 수 있다.

페북도 그렇지만 유튜브도 댓글 보는 재미가 있다. 상당히 흥겨운 칩튠 음악이나 클럽 하우스 음악에는 '내 장례식에는 이 곡으로 정했다!' 같은 댓글만 빼면 재미있는 게 거의 없다. 정말 한참이나 댓글 목록을 뒤적대게 만드는 동영상들은 잔잔한 인디 음악들이다.

다음은 '가을 방학 -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에 달린, 여자가 쓴 댓글 하나를 허락도 없이 가져 온 것이다.

--------------------
나 중1때 내가 엄청 좋아했던 애 생각난다. 그땐 몰랐는데 좀 지나니까 아 내가 많이 좋아했구나.. 느꼈다. 그때는 좋아한다는 마음 들키면 안될것같아서 걔가 뭘 해주든 티안내려고 했었는데... 아직도 기억난다. 나보고 키작다고 놀리면서 나중에 애기 어떡하냐고 그러길래 "나 180 넘는사람 만날꺼거든!!그니까 작아도되" 라고 대답했더니 갑자기 책상 다리사이 연결된 쇠부분에 올라서서 "이정도면 180되냐?"라고 했던... 그말은 아마 시간이 더더 지나도 안잊혀질것같다. 쓰고보니 오글거리지만ㅠㅠ 그냥 이렇게라도 쓰면 조금이라도 후련해질것같다ㅠㅠㅠ
--------------------

...남의 일기는 재미있다. 이제 공부를 하러 가야겠다.





제목을 눌러서 유투브로 들어가면 위 댓글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일상 >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이날  (0) 2014.07.10
모르는 사람에게 전자우편 보내기  (1) 2014.07.10
날개 뒷풀이  (0) 2014.07.10

WRITTEN BY
_클로버
무색의 녹색 생각들이 맹렬하게 잠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