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가 이름과 엠블럼을 바꾼 이후 처음으로 탄천 종합운동장에 갔다. 전북과 홈에서 맞붙게 된 성남FC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경기장 가기 전에 들른 킴스클럽 내 푸드코트. 짜장면 + 탕수육 = 5,900원. 비추. 정말 강하게 반대한다. 당신의 5,900원은 분명 소중하게 쓰일 곳이 많을 것이다.



입장할 때 나눠준 응원막대 ...그러나 이것이 홈 팀을 응원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는 페이크고 씐남.


저번에는 가까이서 봤으니까 이번에는 전체를 조망하면서 보기 위해 여유롭게 2층에 앉아서 경기를 보는데 경기는 처음부터 조마조마했다. 전북은 수비를 깊숙히 내리고 미드필더까지 수비 가담을 하고 있는데 성남은 공격 템포를 상당히 빠르게 진행하면서도 짧은 패스 위주로 플레이를 하는 것이었다. 그나마 했던 공격은 수비진이 멀리 차주는 공을 윙이 따서 엔드라인까지 돌파한 다음에 크로스하는 일이 전부. 그러나 이후 수비진은 적극적인 걷어내기 대신 짧은 패스를 지속했고 미드필드진은 볼 키핑은 커녕 자기 진영에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앉았으니 이대로라면 일백만 성남 시민의 성남FC 주식이 화장실 휴지 대용품으로 바뀌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전반 14분, 전북의 선취골이 작렬한 직후 탄천 종합운동장은 전북 팬의 응원 소리로 가득찼다. 벌써부터 성남 깃발을 태우려는 듯 라이터를 꺼내는 토토팬도 보였다. 옆자리에 앉은 형은 휴대전화를 꺼내면서, 눈 앞에 펼쳐진 경기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경기장에 직접 와서 보는 성남 실축보다 카이로소프트의 스마트폰 축구 게임 《포켓리그 스토리》가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난 애써 믿지 않아왔다.


지시대로만 하라고! 락커룸 대화를 너무 부드럽게 했나...


사실 기억할 만한 공격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전북의 반코트 경기에 금방 묻혔다. 전반전이 끝나고 전광판 시계가 60분을 지나자 나는 결국 끔찍한 전경을 잊기 위해 맥주 클라우드를 가방에서 꺼냈다. 벌써 미지근해진 맥주도 나를 더 이상 허탈하게 만들지는 못 했다. 이미 알콜에 대뇌 컨트롤러를 넘긴 40~50대의 토토팬들은 경기장을 향해 진언을 외쳐댔다.


그때 형이 나를 툭툭 치며 관중석~출구 구간에 시선을 향하도록 만들었다. 경기시간 80분도 안 돼서 나가는 홈팬들의 모습을 보자 내 머리 속에서는 풋볼매니저 해설이 섬광처럼 번쩍였다.


―성남FC 팬들이 그만 경기장을 나가버립니다!


나는 0 대 3으로 패한 홈 경기의 구장에서 경기 종료 후 주변 사람들이 다 나간지도 모른 채 맥주와 나초를 우물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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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북이 현재 K리그 1위이고 성남은 강등권 탈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모르는 성남 팬은 없겠지. 그렇지만 볼 돌리다가 가로채기 당하기, 상황 판단도 없이 앞으로만 뻥 차주는 다이렉트 패스에다 잦은 수비 실책을 아이들이 많이 온 주말의 홈 경기에서 보여주면 이건 문제 있잖아ㅡㅡ 측면을 활용하니 잘 하더만 쓸데없이 중앙으로 공을 모니 조직력 탄탄한 전북 미들&수비진이 다 가로채지... 오늘 관중이 5천 명 넘게 와서 흥했는데 앞으로 안 올까 걱정이네ㄷㄷ



오늘의 수확. 묵직하네? 올ㅋ 국산 맥주 특유의 맹한 맛은 아님. 가격만 안 올렸으면 가성비 최강인데... 아무튼 앞으로 자주 사 먹게 될듯.


WRITTEN BY
_클로버
무색의 녹색 생각들이 맹렬하게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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